손바닥을 ‘王’ 자로 장식했던 대통령이 자기는 마음대로 거짓말을 해도 된다고 믿는 모양이다. 그야말로 거짓말공화국이다. 날마다 뉴스가 거짓과 폭로, 녹취로 뒤덮인다. 국민들을 도덕 불감증에 빠져들게 하는 이 막장극의 주인공은 바로 대통령과 영부인이다. 의원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선고를 받은 야당 대표의 주요 죄목도 거짓말이라고 한다. 누가 봐도 선택적 기소를 일삼는 검찰이 힘들게 찾아냈을 그 ‘거짓말’은 대통령 부부와 그 추종자들에게는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우리는 당연히 누구의 거짓말도 옹호할 생각이 없다. 다만 “어찌하여 형제의 눈 속에 있는 티는 보고 네 눈 속에 있는 들보는 깨닫지 못하느냐”는 옛 말씀이 저절로 떠오르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실이 안타깝고 서글플 뿐이다.
어쩌면 이 시대 최고의 거짓말은 바로 대통령이 외쳤던 ‘공정’과 ‘상식’인지도 모르겠다. 특검을 통해 출세한 대통령이 특검을 거부하고 부정한다. 죄지었으니까 특검을 거부하는 거라고 호기 있게 내뱉은 말에서도 자신만은 예외적 성역이다. 공권력을 사병화하면 공정과 상식도 제멋대로 정의내릴 수 있는 것인가? 정말 자신을 왕으로 착각하는 걸까? 도무지 말에서 정의(正義)를 찾기 어려워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이다. 더 본질적인 문제는 이 정의의 부재가 한국 사회의 근간을 무너뜨리고 있는 점이다. 정치인들을 모두 사기꾼으로 보는 정치허무주의와 냉소는 그 작은 부산물일 뿐이다. 아직도 대통령이 공정과 상식을 되뇐다면 ‘정의사회 구현’을 내세운 전두환이 웃고 갈 것이다.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은 윤석열 정권의 국정 난맥상을 얘기할 때 가장 적절한 말이다. 전쟁을 자초하는 듯한 외교는 말할 것도 없고 정치‧경제‧보건의료‧국방‧교육 등등 국정의 모든 분야에서 총체적 무능이 드러나고 있다. 실력이야 부족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협치 의지마저 전혀 없다는 것이다. 특정 정파를 위한 정권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정권이라면 이럴 수가 없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대한 경시, 용렬하고 협량한 인재풀의 운용, 정책 생산과 대안 제시 능력의 부족, 사회적 갈등에 대한 조정 능력의 함량 미달,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다움의 조건인 반성 능력의 결여가 너무나 뼈아프다.
11월 7일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했다. ‘진심어린 사과’를 한다고 허리를 숙였다. 그걸 받아들이는 국민은 소수에 불과하다. 우리는 대통령의 가족 사랑이 ‘진심’이라는 것을 잘 안다. 대부분의 동물들도 가족을 사랑한다. 가족 사랑을 넘어, 무리 사랑을 넘어, 조직 사랑을 넘어, 지지자 사랑을 넘어, 국민을 사랑하고 나라를 사랑할 줄 아는 것이 대통령의 자격일 것이다. 자신 편에 서는 사람만 편애하는 지도자는 물리적 힘을 넘어선 권위를 부여받기 어렵다. 자신의 측근이라는 사람들마저 눈앞에서 머리를 조아리다 돌아서면 조롱을 일삼지 않은가. 그러니 국민들 대다수가 어떻게 마음으로 대통령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법률가 출신 대통령의 공정과 상식이라는 구호에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사람들마저 그 전형적 내로남불에 통탄한다.
이제 국정운영의 혼란과 국력낭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그리고 심각한 지경에 빠진 민생 회복을 위해, 대통령 스스로 자신이 과연 걸맞은 자리에 앉아 있는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가 되었다. 아니 이미 늦었는지도 모른다. 우리는 또다시 탄핵이라는 국가적 불행과 마주하길 원치 않는다. 퇴임 후 감옥에 들어가는 대통령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다수의 국민들이 원하는 답은 이미 나와 있다.
대통령 윤석열은 하야하라.
2024년 11월 29일
단국대학교 시국선언 참여교수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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